"패밀리가 떴다"의 대본이 인터넷에 나돌자, 일부 네티즌들의 무식이 또 한번 그 위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패밀리가 떴다"는 상세한 부분까지 전부 대본에 나와있고, 출연자는 거의 대본에 의존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반면, "무한도전"은 큰 줄기만 대본에 있을 뿐 대부분 출연자가 알아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간다는 것인데... 내가 보기에는 둘의 대본에 별스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거니와 피디가 끼어드는 것 까지 버젓이 대본에 나와있는 무한도전을 보고, 도대체 무슨 근거로 둘을 비교하여 무한도전이 더 리얼하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무한도전"에서 바보짓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리얼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인가? 나 참... 차라리 산타가 있다고 믿는게 더 현실적이겠다.
아마도 요즘 엠비시 파업 때문에 "무한도전"이 쉬는 사이, "패밀리가 떴다"가 의외로 좋은 평을 받고 있으니, 무도빠와 엠비시빠들이 불안해진 것은 아닐까? 이대로 무한도전이 가라 앉을까봐?
물론 그런 결과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방송사를 대표하는 버라이어티로 방송사에서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는 프로그램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헤게모니 싸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에 삐끗하면 힘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다. 유재석 또한 무한도전이 쉬는 동안 아무래도 패떳에 더 집중할 수도 있으니, 그런 걱정이 기우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패떴의 대본을 보니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서 정말 상세하게 대본이 나와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그런 대본에 의한 재밌는 설정들은 별로 재미도 없는 상황들을 자막처리로 재밌게 만드는 기법이 도저히 따라가기 힘든 근본적인 차이를 가져온다. 무한도전이 재밌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실증이 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한 것이 바로 자막이다.
자막으로 출연자의 심정까지 자세히 설명을 해주는 데, 그게 실제 출연자의 심정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어떻게 하든 리얼처럼 보여야 되는 프로그램인데, 자막으로 재미를 주려다 보니 전혀 리얼하게 다가오지 않을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다.
질좋은 프로그램에 있어 대본은 매우 중요하다.
어차피 출연자들 고생하는거 보고 즐기는 경우야 대본이 필요가 없겠지만, 초기의 무한도전과 달리 요즘의 무한도전은 상당 부분 그런 쪽에서 탈피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왔고, 그 재미의 공백은 어쩔 수 없이 자막으로 메꾸는 방식을 취해왔다. 사실은 "패밀리가 떴다"가 아니라 "무한도전"이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패밀리가 떴다"의 대본의 상세함이 문제시 될 게 아니라, "무한도전"에게 좀 더 대본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요즘 시점에, 이런 네티즌들의 반응은, 그들이 진정 무엇을 위해서 "무한도전"을 지지하는 것 인지를 궁금하게 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