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심정을 이해시키는 데에 무슨 설득력이 필요하겠는가. 자칫 감상적으로 흐를 수도 있는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부패한 공권력과 극악무도한 살인자의 존재를 통해서, 부조리에 대항하고 살아가는 보편적인 이성을 지닌 사람들의 가려운 부분을 시종일관 긁어주는 영화다. 그래서, 장면, 장면에서 보이는 가라앉은 분위기와는 달리, 실제로는 어떤 호러나 액션영화 못지않게 때로는 가슴 졸이고, 때로는 흥분되고, 때로는 속 시원하다.
노장임에도 불구하고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너무 영리하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객에게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이야기에서 한 눈을 팔지 못하도록 꽉 잡아두는 기술이 거의 경지에 오른 것 같다.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잔인해야 할 곳에 정확하게 잔인하고, 놀래켜야 할 장면에서 정확하게 놀래키고, 비워둘 부분은 정확하게 비워둬서 관객을 몰입시킬 줄 아는, 내용을 떠나서 영화라는 매체적 가치에 있어 매우 뛰어난 영화다.
"구원은 누가 시켜주는 게 아니라, 희망을 갖고 스스로 하는 것"
이창동 감독이 밀양이라는 영화에서 나약하고 어리석은 주인공을 통해 구원에 대한 이야기를 밝게 시작해서 어둡게 끝냈다면, 이 영화는 강인하고 현명한 주인공을 통해 구원에 대한 이야기를 어둡게 시작해서 밝게 끝내고 있다. 영화의 진행 면에서나 메시지 면에서나 밀양보다는 체인질링이 내 취향에 더 맞는 것 같다.
우리 영화에서 종종 드러나는 감정 과잉은 체인질링 같은 영화를 보고 생각해보면 왠지 시대착오적이고 안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 감독들은 좀 더 쿨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터득할 필요가 있고, 영화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지금보다 더 영리해져야 할 걸로 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다음 작품은 무조건 보게 되지 싶다...